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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리뷰 (Flight Review)/기타

서론: 에어프랑스 라 프리미에를 타기 위한 여정 (AF1185 비즈니스클래스)

by TonleSap 2019. 9. 2.

솔직히 말해서, 평생 꿈이 일등석 한번 타보는 것인 분께는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비행기 일등석 혹은 퍼스트클래스, 정말 별거 없습니다. 그냥 조금 (많이) 넓은 침대로 눕혀지는 의자에다가 코스로 나오는 음식, 비싼 와인, 그리고 승무원의 친절한 서비스인데, 이걸 한번, 혹은 두번 타는데 천만원 가까운 돈을 낼 가치가 있냐 하면 저는 최소한 절대 없다고 할 것입니다. 


비행기 일등석을 가장 처음 타본 ANA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나 서비스의 전개는 비슷했습니다. 탑승 후 웰컴 드링크를 제공하고, 이륙 후 약 5코스 (혹은 최대 10코스) 까지의 식사가 나온 후, 턴다운 서비스로 이부자리를 깔아주고 두 번째 식사를 한 다음 착륙하는, 그런 것이었으니까요. 물론 처음 타보면 우와~ 할 만한 것이었지만 두 세번, 그리고 18번 가량 타본 지금은 대충 뭐가 나올지 압니다. 그래서인지 옛날만큼의 그런 감흥은 살아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에어프랑스를 타본 이 시점에서.. 저는 당당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우선 에어프랑스 일등석, 라 프리미에 (La Premiere) 을 탄다는 것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등석에 대한 생각, 그리고 경험들이 싹 없어질 것이라는 말입니다. 아니 사실, 이건 일등'석' 이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이것은 프랑스로의 럭셔리 여행, 혹은 12시간만에 프랑스 문화를 체험해 볼수 있는 가장 편안하면서도 우아한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물론 프랑스에서 홍콩으로 데려다 줬다는 점에서는 비행이 맞지만, 저는 이 비행을 하는 동안 이것이 비행기 안인지 아니면 '투어 가이드를 따라 다양한 미슐랭 레스토랑을 다니며 식사하고, 또 우아한 고궁을 탐방하는 여행의 일부인지' 햇갈릴 정도로 너무나도 황홀하고 아름다웠던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이렇게 아름다우며 우아한 비행은 없었고, 또 에어프랑스를 다시 타보기 전까지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번 에어프랑스 라 프리미에 탑승기는, 3부에 걸쳐서 작성하고자 합니다.

1. (해당 포스트) 서론: 에어프랑스 라 프리미에를 타기 위한 여정 (AF1185 비즈니스 클래스)

2. 파리 CDG 공항 지상 경험

3. AF188 CDG-HKG La Premiere 탑승기




가. 예약

에어프랑스의 La Premiere은 우선 파트너 마일리지로 예약이 불가합니다. 즉 대한항공이나 델타 마일리지로 예약이 불가능하고, 오직 자사의 Flying Blue라는 마일리지 프로그램으로 예약이 가능한데, 이 중에서도 엘리트 등급이 있어야만 예약이 가능합니다. 물론 가장 낮은 엘리트 등급도 예약이 가능해 1년동안만 스카이팀 마일리지 몰빵하면 되긴 하나..

유럽-미주 편도 20만 마일, 유럽-아시아 편도 30만 마일


이 필요합니다. 즉.. 제가 탄 홍콩 구간의 경우에는 편도 30만 마일로, 뭐 프랑스에 사시는 엄청난 출장러가 아니라면 거의 불가능이라는 말이죠. 

그래서 무식하게도 현금으로 끊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타본 비행 중 가장 많은 돈을 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요금보다는 당연히 저렴하게 끊었고,  다행이 에러페어가 아닌 legit 예약으로 티켓을 취소당하지 않았습니다. 총 예약 구간은 튀니지-프랑스-홍콩 구간이었습니다.


나. 탑승... 하지 못할뻔한 이야기

에어프랑스의 샤를드골 일등석 라운지가 최고라는 말을 듣고 TUN에서 오전 11시 40분에 출발하여 CDG에 오후 3시 10분에 도착하는 AF1285편 및 CDG공항에서 오후 11시 35분에 출발하는 AF188편의 조합으로 끊었습니다. 그러면 TUN (튀니지) 까지 가야하는데, 그전에 터키 이스탄불을 여행했기 때문에 IST를 오전 08시 25분에 출발하여 튀니지에 오전 09시 25분에 도착하는 터키항공 661편을 선택하였습니다. 그 전날에 터키를 늦게 출발하는 항공편이 없었던 데다가, 튀니지 공항은 그렇게 큰 공항이 아니기 때문에약 2시간 15분의 여유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렇게 예약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출발일 아침..

터키항공 661편은 에어버스 A330-300으로 운항하는 항공편인데, 이 비행기는 도하에서 오는 비행기였습니다. 그러나 그 항공기는 도하에서 무려 4시간 (?!!!) 이나 지연되는 바람에 당연히 다음 비행편도 지연되었고... 정확히 2시간이 지연되었습니다.

아침에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당연히 튀니지에 도착하면 에어프랑스는 체크인을 마감하고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고, 인터넷도 제대로 될지 안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그냥 이스탄불에서 그날 오후에 출발하는 대한항공편을 타고 올까 생각도 해보고.. 아니면 이왕 지연된 김에 터키를 더 구경하다 올까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는데, 이상하게 몸은 또 터키항공 체크인 카운터 쪽으로 가고 있더군요 ㅎㅎ 일단 거기 가서 뭘 하던지 하자! 라는 생각이 들어 우선 튀니지까지의 체크인을 진행하고, 짐을 부쳤습니다. 얼마 전 늦잠을 자서 케세이퍼시픽 노쇼를 한 친구가, 200달러로 재예약이 가능했다는 소리를듣고, 우선 에어프랑스 콜센터에다가 전화를 걸고 노쇼를 할 것 같다, 다음편으로 재예약을 할 수 있는지 여쭤 보았습니다. 그런데 에어프랑스 왈.. 일등석 풀페어와의 차액인 3400달러를 내라고 하더군요. 두번정도 어떻게 다른 방법은 없는지 다시 전화를 해봤습니다만 모든 상담원이 같은 말을 반복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미 짐은 튀니지까지 부쳐진 상황이었고 튀니지행 항공편은 보딩을 막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튀니지행 항공편이 터키항공의 A330 풀플랫 비즈니스석이었는데도.. 이렇게 좌불안석이었던 비행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약 튀니지까지 갔는데 인터넷도 안되어 국제 미아라도 되는건 아닐까... 만약 에어프랑스가 진짜 3400달러 내라고 하면 뭘 타고 와야하나.. 그나마 에미레이트가 가장 쌀려나 하는 등.. 다양한 생각이 머리에 맴돌았던 상황이었습니다. 혹시나 터키항공이 과속(?) 을 해서 한 20분 정도라도 빨리 도착해서 체크인 시간에 맞춰 갈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요. 그러나 튀니지 공항에 도착했을 때 최소한의 희망은 완전해 깨져버렸습니다. 입국심사는 바로 통과했는데, 직원분들이 PRIORITY의 뜻을 모르는 모양인지 우선 처리 태그가 붙여진 짐을 가장~~ 늦게 뺴더군요. 짐 찾는데만 40분 걸렸습니다.


마지막 희망으로.. 튀니지 공항의 에어프랑스 서비스 카운터에 갔습니다. 놀랍게도 해답은 여기에 있었습니다. 왜 늦었는지 물어보고, 키보드를 몇번 두드리더니 에어프랑스의 지점장이 와서 건넨 달콤한 한마디는 저를 거의 울게 만들었습니다:

"걱정 마. 다음 비행으로 공.짜.로 옮겨줄게. 저기 가서 앉아 있어'


약 1시간 후, '나의 예약' 페이지에는 업데이트된 스케쥴이 반영되어 있었고, 스케쥴 '오픈' 에서 '확약' 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튀니지발 파리행 다음 항공편은 원 항공편으로부터 8시간 후에 있었기에 진짜 할것 하나도 없는 튀니지 공항에서 약 5시간동안 해탈한 듯이 앉아 있었고, 체크인 카운터에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뛰어갔습니다.


다. 튀니지공항에서의 환상적인 경험

우선, 튀니지발 프랑스행 여정은 A319 항공기가 투입되기에 이코노미-비즈니스밖에 운영되지 않습니다. 당연히 저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예약이 되어 있었고, 비즈니스 클래스급 지상 서비스를 받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튀니지 카르타고 (TUN) - 프랑스 파리 샤를 드 골 (CDG)

AF 1185

Airbus Industrie A319-111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시간 2시간 30분

좌석 02F


튀니지 카르타고 국제공항의 에어프랑스 SKY PRIORITY 체크인 카운터. La Premire, 비즈니스, 스카이팀 엘리트 플러스 뿐만 아니라 이코노미 플렉스 요금으로 예약한 사람들까지 환영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클래스 체크인 카운터


여권을 드리고 직원분께서 잠시 컴퓨터를 두들기더니..

"Mr. Choi, 오늘 La Premiere로 여행하시네요? 저희 직원분께서 오늘 탑승까지 에스코트해 주실 겁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곘습니까?" 라고 하시더군요.


잠깐 기다렸더니 아까전에 무료로 재예약을 도와주셨던 지점장님께서 오셨고, 에어프랑스를 이용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고 다시 한번 인사하셨습니다. 정말 저는 그때 큰절을 할번 했네요 ㅋㅋㅋ 그리고 옆에 있던 직원분께서 저를 어디론가 데려가 부치는 가방을 비닐로 엄청나게 꽁꽁 싸 주시고 (뜯는데만 10분 걸렸습니다 ㅡㅡ), 가방을 부친 후 여권과 보딩패스를 출력해 주셨습니다. 그 다음 저를 보안검색 및 출국심사로 에스코트 해주셨는데...


오전에는 텅텅 볐던 튀니지 공항이 오후에는 완전히 아수라장이더군요. 거의 보안검색 및 출국심사 구역에 200명 가까이 몰려있는 듯 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세상에서 가장 웃겼던 출국심사륿 받게 됩니다.



위 그림에서 원래 출국심사 이동 경고를 파란색이라고 할때, 저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빨간색 경로로 이동하였습니다. 즉 심사대를 지나서, 다시 유턴한 후 심사를 받고 그 자리에서 원래 들어왔던 길로 나갔다는 거죠. 출국심사 및 보안검색 줄만 거의 40분은 걸려 보였는데.. 아직도 본의아니게 1분컷 사기템? 을 사용하는 제 모습을 본 그 승객분의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직원분께서는 VIP 전용 라운지라는 곳까지 에스코트해 주시고, 탑승 시각에 돌아오겠다며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배가 고팠던 찰나, 드디어 뭔가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의자

샐러드 코너. 뭔가 고기고기가 먹고 싶었던 찰나라 그냥 패스했습니다.

파스타 접시와..

각종 빵 종류가 있었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뭔가 고기고기 스러운 것은 저 미니 샌드위치 안에 들어있던 참치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그거라도 집어 왔습니다.


영광스런 다음편 탑승권 인증..


오늘 샤를드골까지 데려다 줄 에어프랑스의 A319 항공기입니다.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얼마 있지 않아 아까전 에스코트를 도와주셨던 직원분께서 오셨는데.. 저를 에스코트하여 말 그대로 비행기 '앞' 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게이트 공간에는 거의 100명 남짓이 서 있었는데, 직원분께서는 위풍당당한 기세로 본인의 에어프랑스 사원증을 보여주며 그 긴 줄을 건너뛰고 모든 승객들을 앞질러 보딩이 시작되기 전까지 비행기 문 앞에서 기다리게 해 주셨습니다. 보통 보딩이 시작되기 전까지 제트브릿지의 입구에서 기다린 다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파격적인 일입니다. 그말은 즉슨, 노약자, 임산부, 어린이 등 탑승에 도움이 필요한 승객보다 먼저 태워줬다는 말입니다. 후덜덜

아쉽게도 에어프랑스 A319의 비즈니스클래스는 전형적인 유로비즈니스로, 일반석과 좌석 간격 및 피치까지 거의 같은데 3-3 배열의 중간 자리만 비워 놓은 방식입니다. 그래도 탑승률이 꽤 높았던걸 보면 비즈니스니까~ 하고 타는 것 같네요

제 자리인 2F. 원래 자리는 2A였는데 재예약 되면서 2F로 바뀌었습니다. 그래도 다음편에 자리가 있었으니 천만 다행입니다 ㅠ

비즈니스의 좌석 피치는 33인치로, 이코노미보다 1인치 넓습니다.

이륙하게 되면 저 커튼을 쳐서 비즈니스랑 이코노미를 구분하게 됩니다. 최근 도입한 제주항공의 뉴클래스는 듣자하니 저 커튼이 없다고 하네요?

베개

잠깐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던 튀니지 카르타고 국제공항... 다음에 또 올 일이 있나 싶습니다. 고단한 하루의 끝을 내리듯 해가 아름답게 지고 있습니다.

A319 기종 인증

웰컴 드링크 대신 웰컴 콜드 타월을 줬습니다 ㅠ

튀니지 카르타고 국제공항을 이륙합니다. 지금 이 비행기에 큰 돈을 지불하지 않고 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감사하면서도 다행인 순간입니다. 솔직히 돈 3400달러 내야 했으면 그냥 에미레이트 등 싼거 타고 오려고 했습니다. 그 일등석이 좋아봤자 얼마나 좋겠어.. 하면서요. 그렇게 했으면 큰일날번 했습니다 ㅎ

개인적으로 아프리카의 국가를 방문하기는 처음입니다. 한번도 사막이란걸 본 적이 없는데 하늘에서나마 볼 수 있으니 이것도 참 신기했습니다 ㅎㅎ

오늘의 메뉴는

짧은 비행인지라 원트레이로 나오는데, 메인코스는 애호박 라자냐 혹은 뿔닭 가슴살 요리입니다. 한번도 뿔닭을 먹어본 적이 없어서 그걸 시키려고 했으나 오늘 케이터링 문제로 그게 실리지 않았다고 하네요 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라자냐를 먹어야 했습니다만, 예상 외로 꽤나 맛있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그랬나.. 평소에는 라자냐 잘 안먹는데요 ㅎ

같이 나온 계란찜이랑 블루베리 컵케익도 꽤나 괜찮았습니다. 

착륙 전 커피 그리고 초콜릿..

별로 길지 않은 비행이라 슬슬 하강을 시작합니다.


파리-샤를드골로 접근! 캐빈크루 프리페어 포 랜딩~

크.... 파리의 아름다운 야경을 다시 한번 볼수 있다니 감격입니다 ㅠ 올 4월 에펠탑 올라가서 본 야경이 9살때 본 이후로 파리 야경 처음인데.. 올해 다시 한번 볼 수 있다니 넘 멋졌습니다. 역시 City of lights~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이네요! 올 4월 짧으면서도 넘 강렬했던 파리에서의 2박 3일이 기억나게 하는 순간입니다.


착륙 후... 사무장님께서 "Mr. Choi, I have someone waiting for you!" (선생님, 귀하를 기다리시는 분이 있으십니다) 라고 귀뜸해 주셨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너무나도 아룸답고 황홀했던 La Premiere 서비스가 시작되었습니다.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튀니지-파리 구간은 분명히 비즈니스석 구간이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는 구간인데, 어떻게 여기서부터 이렇게 감동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지요. 이러니까 세계 최고 일등석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 것 같습니다. 특히 진짜 줄 하나도 안서고, 특이한 경로로 출국심사를 받은 것, 그리고 노약자/프리보딩 보다도 비행기를 먼저 탄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트는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서의 지상 서비스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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