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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Trainspotting)

군산선의 마지막 하루

by TonleSap 2020. 12. 20.

일제 강점기, 곡식 수탈을 위해 1912년에 부설된 군산선. 2007년까지는 군산선이라는 별도의 노선으로 익산부터 군산까지 통근열차가 다니다가, 2007년 금강하굿둑을 통해 장항선과 군산선이 연결되며 공식적으로는 장항선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중간에 있는 오산리 및 임피역 등 간이역에는 열차가 더이상 정차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익산-대야 구간은 장항선으로 편입되어 동일한 선로에 열차는 꿋꿋이 다녔습니다. 


개통으로부터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 2020년 12월 10일 군장산단 인입철도가 개통하면서, 그나마 열차가 다니던 군산선의 마지막 발자취인 익산-대야 구간이 신선으로 이설되었습니다. 군산선 상에 있던 모든 간이역들은 폐역되었고,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군산선에는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마지막을 함께 하기 위해, 선로 이설 하루 전 군산선을 찾았습니다.

서대전에서 익산까지 KTX 첫차인 #571 열차를 타고 온 후, 군산선의 역 중 유일하게 여객취급을 하는 역인 대야역에 '기차로' 방문하기 위해 09:00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1556 열차로 갈아탔습니다.

대야역은 선로 이설로 인해 폐역되거나 여객취급을 중단하지는 않지만, 역사 이설로 인해 구 군산선 시절의 대야역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됩니다.

익산역에서부터 약 13분을 달린 후, 대야역에 도착했습니다. 운 좋게도 열차가 교행하고 있네요. 좌측으로는 이 역을 통과하는 용산발 익산행 무궁화호 #1551열차와 우측으로는 방금 타고 온 무궁화호 #1556열차가 보입니다. 이날 철도노조의 태업으로 인해 #1551 열차에 전통시장관광열차 객차가 투입되었네요 ㅎㅎ

역명판과 함께 찍어본 #1556열차. 이런 승강장과 열차가 만나는 것도, 이렇게 생긴 역명판과 열차가 만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대야역 주변에는 그래도 아파트가 꽤 보입니다. 익산시와 군산시 근처라 완전한 시골 간이역 느낌은 나지 않지만, 그래도 승강장은 옛 정취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대야역 역명판

군산선 시절에는 군산 대신에 개정, 익산 대신에 임피가 적혀 있었겠죠..


승강장 및 역사의 모습

하행 승강장 표지판에는 더 이상 다니지 않는 서대전 방면이 적혀 있네요.

이제는 열차가 더 이상 다니지 않는 구 대야역

매일 대전이나 서울역만 다니는 저한테는 아직도 신기한 광경이기만 합니다 ㅎㅎ

페인트가 떨어져 나가는 역명판과 행선지 안내

임피, 오산리 방면 선로


대충 사진을 몇 장 찍은 후 역사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역사 내 표 사는 곳

역시 대야역 이전을 알리는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열차 시간표

대야역에는 상행 4편, 하행 5편의 열차가 정차하고 있습니다.

역사 내부

요새 보기 쉽지 않은 철제 문 그리고

철도역에서는 보기 어려운 원탁과 사무실형 의자가 신기할 따름입니다.

승강장쪽 출입문

열차 시간표와 화장실

역사 밖에 나와보았습니다. 

역명판

이제 이 표지판도 없어지겠죠.. ㅠ 

그나마 신 대야역이 요새 이설되는 다른 역들과 달리 대야면과 많이 멀지 않아 다행입니다.

구 대야역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추억을 뒤로 하고... 이제 임피역으로 향합니다.

임피역사. 현재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었으며, 현존하는 철도 역사 중 춘포역 다음으로 오래된 역사입니다.


임피역 내부에는 옛날 군산선 통근열차 운행 당시를 재현해 놓았으나, 현재 COVID-19의 영향으로 잠정 폐쇄되었습니다.

임피역의 반대편. 옛날에는 열차에서 내린 후 여기로 걸어왔겠죠..

임피역 역명판

임피역에는 새마을호 두 량이 역사전시관? 으로 개조되어 유치되어 있습니다.

아쉽게도 COVID-19로 인해 내부 관람은 할 수 없더군요 ㅠ

임피역에서 나와 사진 촬영을 위해 인근 건널목에 왔습니다.

승강장과 임피역사가 모두 보이네요!

잠시 후, 하행 무궁화호 열차가 임피역을 통과합니다.

무궁화호 #1553 용산 -> 익산

견인기: DL 7460


임피역을 통과하는 무궁화호 열차. 2007년 통근열차 폐지, 익산-서천간 새마을호 열차가 6달도 안되어서 페지된 이후 열차가 정차한 적은 없지만, 이제 이 역에 열차가 다니는 일은 없습니다..

#1553 열차 촬영 이후 임피 제1건널목 근처에서 상행 새마을호를 촬영해봅니다.


새마을호 #1156 익산 -> 용산

견인기: DL 7438


진짜 새마을호를 여기서 찍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ㅋㅋ

죽엽건널목까지 걸어가다 촬영한 사진.

무궁화호 #1155 용산 -> 익산

약 15분정도를 걸어 죽엽건널목에 도착했습니다.

곡선 선로가 넘 인상적이네요!

오늘의 첫 화물열차를 촬영해 봅니다.


화물 #6331 군산 -> 황등

견인기: DL 4454


4400호대를 촬영해 본것은 처음입니다 ㅋㅋ 하행열차도 잘 찍히네요!


그러나 이 건널목 구도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상행이죠.


아까 전에 보았던 전통시장관광열차 객차와 남도해양관광열차 발전차가 편성된 무궁화호가 곡선을 돌아 달려옵니다.


무궁화호 #1558 익산 -> 용산

견인기: DL 7371


특대 + 곡선이라니 정말 환성적인 조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열차 촬영 후 장소를 옮겨 오산리 인근으로 이동합니다.

오산리 인근. 탁 트인 논밭이 보이는 이 곳에 육중한 디젤기관차의 구동음이 들리기 시작하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관광열차인 서해금빛열차가 지나갑니다.

서해금빛열차 #4891 용산 -> 익산

견인기: DL 7379


서해금빛열차를 제대로 찍어본 것은 처음이네요!


내일부터 열차가 다니지 않는 신중건널목

곧게 뻗은 군산선 철길

논두렁에 난 길을 따라 들어가 아예 자리를 잡으니 곧 있어 리미트 새마을호가 통과합니다.


새마을호 #1151 용산 -> 익산

견인기: DL 7402

새마을호가 지나가고 약 20분 후 건널목에 차단기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뭔가 파란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무궁화호 #1560 익산 -> 용산

견인기: DL 7476


그 '파란 것' 의 정체는 바로 남도해양관광열차 전용 견인기였습니다!

역시 알바 뛰고 있었네요 ㅋㅋ


열차가 지나갈 때, 옆에 난 길에서 마침 지나가던 할머니께서 잠깐 멈추고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가시더군요.

저 할머니께서도 오늘까지만 열차가 다니는 것을 알고 계신걸까요..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의 두 번째 화물열차가 지나갑니다.

화물 #3432 광양 -> 신례원

견인기: DL 7622

충북영동국악와인열차 견인기를 단 열차.


무궁화호 #1557 용산 -> 익산

견인기: DL 7480


개인적으로 이 사진이 군산선 특유의 '평야를 달리는 철도' 느낌을 잘 살려 괜찮게 찍힌 것 같습니다 ㅎㅎ


논두렁에서 벗어나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오산리역에 도착합니다.

1면 1선의, 대피선 따위는 없고 3량 열차에 딱 맞춘 승강장이 인상적입니다.

군산선 익산-대야 구간이 장항선에 편입되고, 군산선 통근열차가 폐지된 이후 임피역에는 6달 동안이라도 새마을호가 다닌 것과 달리, 군산선 편입 이후 오산리역에는 바로 열차가 끊겼습니다.


그래도 역명판은 남아 있었습니다.

그나마, 이것이라도 있어 이 곳이 역이었다는 것을 증명해주네요!

세월의 흔적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는듯, 역명판은 이리저리 갈라져 있었습니다. 또한 예전에 있었다고 하는 조그만한 역사 건물 또한 없어져 있었습니다.

마침 화물열차 한편이 오산리역 인근 건널목을 통과합니다.

화물 #6334 황등 -> 군산

오늘의 마지막 타겟인 새마을호 열차가 오산리역을 통과합니다.

그냥 역명판이랑 같이 찍어둬야 군산선임을 알 수 있을것 같아서 오산리역 역명판과 함께 찍어놨습니다 ㅋㅋ


새마을호 #1153 용산 -> 익산

견인기: DL 7318


열차가 멈추지 않은 것은 13년이 넘었지만, 내일부터는 여기로 아예 열차가 다니지 않게 됩니다.

오산리역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고, 집에 가기 위해 익산역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오늘 집에 가기 위해서는 서해금빛열차의 온돌마루실을 이용할 예정인데,

군산선을 지나는 마지막 서해금빛열차라고 볼 수 있겠네요 ㅎㅎ

익산역을 출발한 서해금빛 #4892 열차는, 오산리 및 임피역을 지나 구 대야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마침 이 날까지만 볼 수 있는 광경을 사진으로 담았는데요,

군산선 선로는 신 대야역 앞을 지나기 때문에 서해금빛열차 창문으로 대야역 전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내일부터는 이런 광경이 아닌 저 앞에 보이는 대야역 선로로 통과하겠지요.


항상 군산선은 장항선 열차 내에서나 봤지, 실제로 이렇게 출사를 나가본 적은 처음입니다.

정말 좋은 포인트가 많은데, 왜 이제 왔나. 유선형 새마을호가 다닐 때 왜 가보지 못했냐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설 하루 전 왔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2020년 12월 10일부터는 군장철도 복선전철이 개통하면서, 장항선 익산-대야 구간이 신선으로 이설되고, 대야역 업무 또한 위 사진처럼 신 역사로 이전됩니다.

오산리, 임피 등의 간이역에는 열차가 더 이상 지나가지 않게 되고 (물론 임피역은 문화재라 철거당하지야 않겠지만) 수많은 철도 건널목들이 없어지게 됩니다.


군산선 통근열차 시절의 마지막 모습은 위 영상에서 정말 생생하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오산리, 임피뿐만 아니라 군산화물선 소속인 개정역에서도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모습, 그리고 구 군산역의 모습까지, 정말 소중한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100년간 통일호, 통근열차 그리고 수많은 장항선 열차의 길이 되어준 구 군산선, 이제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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