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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리뷰 (Flight Review)/기타

[스위스항공] LX242 취리히-두바이 A330-300 일등석 탑승기

by TonleSap 2024. 5. 17.

취리히 (ZRH) -> 두바이 (DXB)

LX 242

Airbus Industrie A330-343

SWISS First (First Class, 일등석)

비행시간 6시간 25분

좌석 01K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 제가 유독 유럽 항공사들의 일등석을 좋아하기도 하고, 취리히 국제공항의 라운지가 워낙 좋다보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일등석 프로덕트 중 하나입니다. 스위스 국제항공의 일등석은 세상에서 가장 마일리지로 발권하기 어려운 일등석이기도 합니다. 스타 얼라이언스 파트너 (아시아나, 유나이티드 등) 마일리지로는 일체 발권이 불가하고, 만약 오류로 발권되었다고 하더라도 전부 취소처리가 되어버리죠. 게다가, 스위스 국제항공 자사 마일리지 프로그램에 마일이 있다고 발권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스타 얼라이언스 골드에 상응하는 'Senator' 등급 이상 회원만 발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희소성 때문에 더더욱,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 탑승은 항상 짜릿한 경험입니다. COVID-19 상황 동안 스위스 국제항공의 일등석을 탑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번 비행은 무려 2년만에 탑승하는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이었고, 따라서 너무나도 기쁜 마음에 새벽 4시에 지인 댁을 출발하여 공항으로 가기 위해 SBB 첫차에 탑승하였습니다.

 

이번 비행 역시 마일리지 발권이 불가하여, 유상으로 발권할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아시아나 클럽에 150% 마일리지를 적립할 수 있었습니다. 

취리히 국제항공 내부.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여행객들이 체크인을 위해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번에 스위스 국제항공의 일등석을 탑승하므로, 특별한 체크인 라운지에서 체크인을 할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 일등석 체크인 라운지와 비슷한 느낌의 조그만한 공간으로, 이 공간은 스타 얼라이언스 골드 회원들도 사용할 수 있는 저 뒷편에 있는 '일등석 체크인 카운터'와 달리 오로지 스위스/루프트한자 일등석 승객, 그리고 최상위 등급 고객들인 'HON Circle'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등석 체크인 라운지가 아직 안열었다고 하네요? 조금 괘씸하지만 10분정도 밖에서 기다리기로 합니다 ㅋㅋ

일등석 체크인 라운지 내부. 두 개의 체크인 데스크와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소파,

그리고 조그만한 커피머신이 있습니다.

물론 이 공간에서 체크인이 오래 걸릴리는 없기 때문에, 소파에 앉을 일도 없고, 커피를 마실 일도 없긴 합니다. 잠시 서 있으면 직원분께서 가방을 가져가고, 보딩패스 및 수하물 태그를 뽑아 주십니다.

체크인 카운터를 나가, 보안검색 구역쪽으로 가다 보면 'SWISS' 라고 쓰여진 커다란 간판과, 에스컬레이터가 보입니다. 따라서 스위스 국제항공의 탑승구인줄 아는 사람들이 많으나,

사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스위스/루프트한자 일등석 고객들과 HON Circle 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글씨를 너무 작게 써 놓아서 일반 고객들이 자꾸 햇갈린다는 점이죠.. (돌려보내지는 손님만 5팀 넘게 봤습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바로 전용 보안검색 구역이 나오는데, 이 전용 보안검색 구역 역시 일등석 승객 및 HON Circle 고객들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보안검색을 바로 통과하고 나면, 취리히 국제공항 - 스위스 국제항공 A터미널 일등석 라운지로 '바로' 연결됩니다.

 

이 A터미널 일등석 라운지는, (일반 보안검색 후 일반 터미널 내에서) 입구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이 전용 입구를 통해서 가는 승객들이 대다수이며, 쉥겐존에 위치해 있는 만큼 많은 고객들이 HON Circle 승객들입니다. E터미널의 라운지는 쉥겐 존 밖에 위치해 있어, 출국심사를 통과한 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누가 스위스 항공사 아니랄까봐, 알파인 우드톤의 목가적인 인테리어가 정말 편안한 분위기를 연상시키며, 

아름다운 바

그리고 알라카르테 형식의 식사 메뉴도 주문 가능합니다.

 

주로 스위스 국제항공의 일등석 라운지라고 하면 (곧 방문할) E터미널의 라운지가 가장 유명하나, 사실 식사 메뉴는 A터미널의 일등석 라운지나, E터미널의 일등석 라운지나 완전 동일합니다.

아침 시간대인지라, 조식 메뉴가 제공되고 있었습니다.

(저 5분계란은 뭘까요..?)

우선 카푸치노 한 잔을 받고,

연어 에그 베네딕트를 받았습니다.

홀란다이즈 소스와 함께 계란, 빵 그리고 연어가 어우러진 맛으로 아주 훌륭했습니다.

원래는 조식을 먹고 바로 E터미널로 가는 리무진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리무진 서비스가 1시간 정도 후에 시작한다고 하니 잠깐 수면을 취해 봅니다.

상술했듯이, 터미널 A 일등석 라운지에서 터미널 E 일등석 라운지로 가려면 1) 출국심사를 통과 2) 셔틀 트레인을 타고 터미널 E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스위스 국제항공은 일등석 고객들이 이러한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프라이빗 리무진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당연히 출국 심사를 피할수는 없기에, 리무진 탑승 장소 바로 옆에 루프트한자 일등석 터미널과 비슷하게, 전용 출입국 사무관이 상주하여 출국심사를 도와줍니다.

리무진 서비스 탑승장까지 이동하는 통로

(대기사는 사람이 본인밖에 없는) 출국심사를 마친 후, 터미널 E 까지 리무진 서비스를 이용하러 갑니다.

공항 내에서만 사용되는 차량인지라, 번호판마저 'SWISS First' 로 되어 있네요 ㅋㅋㅋ

리무진에 탑승합니다. 그런데 좌석이...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 무늬 시트에다가 저 램프까지 그대로 달아놨네요.. ㅋㅋㅋ

저 램프는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 시트에만 있는 개인 램프입니다.

터미널 A 까지 짧은 여정을 시작합니다.

스위스 국제항공 B77W를 지나치고

터미널 E에 도착했습니다.

직원분께서 카드키를 대면 문이 열리고, 바로 앞에 화장실 하나와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터미널 E 일등석 라운지에 도착합니다.

보안검색부터 탑승 직전까지 일반 고객들을 만날 일이 없도록 동선이 짜여 있군요.. ㄷㄷ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일등석 라운지인 '취리히 국제공항 터미널 E SWISS First 라운지' 에 도착했습니다.

라운지 내부에 들어옵니다.

터미널 A의 일등석 라운지와 비슷하게, 알파인 목재의 목가적인 인테리어가 눈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터미널 A 라운지와 다른 점이 세 가지 있는데,

-거대한 와인 셀러

-활주로 (및 알프스 산맥) 뷰

-개인 침실

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우선 눈 앞에 펼쳐지는 거대한 와인셀러. 세계 각지에서 온 와인들이 잔뜩 있습니다. 물론 원하면 무엇이든 꺼내마셔도 됩니다.

이 라운지가 A터미널 라운지와 가장 큰 다른점은, 공항, 활주로 및 (좋은 날에는) 알프스 산맥을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에는 이 테라스를 열어 두어 (!!) 시원한 바깥 공기를 쇠며 샴페인 한 잔을 할수 있지만, 이날은 아쉽게도 바깥에 비가 오고 있어 테라스가 개방되지 않았습니다 ㅠㅠ

스낵바

이 라운지의 최강점 1. 활주로 뷰 레스토랑이 있다는 점입니다.

라운지 전용 5코스 테이스팅 메뉴.

메뉴가 자주 바뀌는 것 같던데, 심지어 와인 페어링까지 있으니... 이 라운지에서 5코스 테이스팅 메뉴를 세 번이나 맛보았지만 

알라카르테 메뉴.

스위스 퐁듀가 그렇게 맛있다고 하던데, 스위스 퐁듀 전문점에서 퐁듀가 그렇게 비싸다고 하니 여기서 맛보시는것도 나쁘지 않을듯 합니다.

B77W의 테일을 형상화한 메뉴북

오늘 밖에 나갈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활주로를 보며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입니다.

아쉽게도 아직 시간이 다소 일러 5코스 테이스팅 메뉴를 아직은 맛보지 못하지만, 우선 첫 번째 코스인 '메론 퓨레를 곁들인 가재 요리' 는 현재 준비가 되었다고 하여 맛볼 수 있었습니다.

메론 퓨레를 곁들인 가재 요리.

달짝지근한 메론을 갈아, 차갑게 냉각시켜 조그만한 가재 위에다 부어 먹는 요리였는데, 시원한 화채와 조그만한 가재들의 조화가 매우 좋았습니다.

페어링된 와인 한잔~

밖에는 스위스 국제항공의 A330-300 한대가 주기되어 있고,

라운지를 조금 더 둘러보다가, 개인 침실로 가기로 합니다.

스위스 국제항공 터미널 E의 최강점 2) 개인 침실

스위스 국제항공 터미널 E라운지에는 '데이룸' 이라고 불리는 프라이빗 침실이 2개 있는데, 말이 데이룸이지 개인 욕실까지 딸린 그냥 호텔 방입니다.

명품 침구류 브랜드 '하스텐스' 킹 사이즈 침대와

알프스/활주로 뷰까지. 애초부터 공항 라운지에 제대로 된 침실이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이러한 침구류에다가 활주로 뷰까지 있는 공항 라운지는 전 세계에서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 라운지 터미널 E가 유일합니다.

물론 프라이버시를 위해 커튼을 닫아놓으라고 하지만, 어차피 오늘은 테라스가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에 밖에서 볼 사람이 없어 커튼을 열어 두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비행기를 보고 있으니... 정말 항덕들의 천국이자 지상낙원이 따로 없더군요..

물론 개인 욕실도 있습니다.

라운지에서 받아 온 로제 샴페인 한잔을 마시며, 비행기를 구경합니다.

마침 몇일 전 에어 프랑스 일등석 - La Premiere에서 받아 온 선물 가방이 있어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ㅋㅋㅋ

스위스 77W와 유나이티드 77E가 보이네요... 아침부터 술을 잔뜩 마시고, 여독으로 다소 피곤한 상태에서 비행기를 보고 있자니 온몸이 나른해져 약 3시간정도 꿀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이 하스텐스 침대가 어찌나 포근하고 편안한지...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저도 너무나도 편안한 수면을 할 수 있었습니다 ㅠㅠ

탑승 1시간 전쯤인가, 잠에서 일어나 5코스 테이스팅 메뉴의 나머지 4코스를 즐기러 다시 라운지로 이동합니다. 

우선 2번째 코스에 페어링된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받고,

애피타이저 - 아보카도와 양파를 곁들인 잔더 (물고기) 세비체 

와우...

진짜 여기는 미슐랭 별 받아야 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이며 맛이며, 도대체 여기서 누가 음식을 디자인하시는걸까요?

다음 코스와 페어링된 샴페인

메인 코스를 맛보기에 앞서, 세 번째 코스로는 블루베리 샤베트가 나왔습니다.

샤베트를 줘도, 이렇게 아름답게 줄 일이 있을까요.

 

여름 블루베리를 알맞게 갈아, 샤베트를 만들었는데 너무나도 새콤달콤하고 맛있는데다가, 추천해주신 대로 샴페인을 부어 마시니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메인 코스를 맛보기에 앞서 입맛을 돋궈주었습니다.

메인 코스와 페어링된 레드 와인

메인 코스로는 로즈마리 포카치아를 곁들인 이태리식 쇠고기 스테이크를 받았습니다.

프레젠테이션이야 뭐 말할 것도 없이 너무 아름다웠고,

쇠고기도 아주 적절하게 구워져 나왔습니다.

물론 와규마냥 씹자마자 기름이 터져나오는, 그러한 쇠고기는 아니지만 적당한 식감과 은은한 올리브향이 올라와 너무 좋았습니다.

 

사족으로 지금까지 이 라운지에서 이 5코스 테이스팅 메뉴를 맛볼 때 항상 메인 코스가 생선이었는데, 이번에 처음 육고기를 맛보게 되어 좋았습니다. 물론, 생선도 너무 맛있어서 어쩔 줄 몰랐지만요.

2020년 첫 번째 방문

2020년 두 번째 방문

마지막 코스로, 디저트인 '초콜릿 퐁듀' 가 나왔습니다.

초콜릿으로 테를 두르고, 초콜릿 무스 위에 과자 그리고 크림이 곁들여져 나온 디저트인데,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달아 보이지만 초콜릿의 풍미가 깊고, 무엇보다 너무너무 보기에 아름다워 정말 먹기가 아까웠습니다... ㄷㄷ

너무나도 인상적인 식사를 마치고, (솔직히 술에 취해서 한숨 더 자고 싶었지만) 탑승 시간이 다 되어 비틀거리며 두바이행 탑승 게이트로 향합니다.

스위스 퍼스트 고객들과 HON Circle 고객들인 그룹 1으로, 최우선 탑승이 가능합니다.

두바이까지 데려다 줄 스위스 국제항공의 A330-300 항공기.

스위스 국제항공은, 전 세계에서 유이하게 사내 전 광동체 기단에 일등석을 설치한 항공사입니다. (사내 전 광동체 기단에 일등석을 설치한 다른 항공사는 TAAG 앙골라 항공입니다) 스위스의 어마어마한 상용 수요를 증명하듯, 앞으로 도입하는 모든 광동체 항공기에도 반드시 일등석을 설치할 예정이며, 수요 역시 꽤나 우수한 모양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스위스 국제항공의 B777-300ER 그리고 A340-300 일등석을 탑승해 보았는데, A330-300 일등석은 이번 탑승이 처음입니다!

탑승이 시작되고 기내로 들어갑니다.

기내로 들어왔습니다!

 

스위스 국제항공의 모든 A330-300 항공기에는 8석의 오픈 스위트형 일등석이 설치되어 있는데, 사실 이 좌석은 B777-300ERA340-300에 설치된 일등석 좌석보다 다소 낙후된 편입니다. B777-300ER 및 A340-300과 비교했을 때, 스위트 도어가 없어 많이 개방된 형태의 좌석이기도 하고, 모니터 역시 두 항공기는 34인치인데 반해 A330-300에는 23인치의 모니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넓직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일등석입니다. 역시 스위트 특유의 알파인 우드톤이 알프스 산장에서 쉬는 느낌을 주고, 너무 좋네요.

 

사족으로 이 A330 기종에 국제선 사양의 일등석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항공사는, 전 세계에서 스위스 국제항공과 쿠웨이트 항공이 유일합니다. 그 중에서도 쿠웨이트 항공은 사실상 국내선 비즈니스석 느낌으로, 실제로 비즈니스석 좌석을 설치하여 일등석으로 판매하고 있어, '진짜' 일등석을 A330 기종에 판매하고 운영하는 항공사는 스위스 국제항공이 유일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대한항공 그리고 케세이 드래곤 항공에서도 비즈니스석 좌석을 설치하여 일등석으로 판매한 사례는 많습니다.

제 자리인 01K. 오른쪽 창가 좌석입니다.

아까전 리무진 서비스에서 보였던 램프, 그리고 23인치 (실제로 침대 모드로 눕히면 더욱 넓어짐) 의 좌석입니다.

아쉽게도 타 기종에서 볼 수 있는 스위트 도어는 없고, 대신 복도쪽 벽에서 칸막이를 조금 더 펼칠 수 있습니다.

탑승 후, 오늘의 담당 승무원분께서 오셔서 본인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물수건이 제공되었습니다. 역시 쟁반에 받쳐서 제공되는게 근본이죠.

23인치 모니터. B777-300ER이나 A340-300에 비하면 꽤 작아 보입니다.

웰컴 드링크로 오렌지 주스 (도저히 술을 마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그리고 양념된 견과류가 제공되었습니다.

오늘의 메뉴!

좌석 사진을 찍어봅니다.

아무래도 이 A330 기종이 2009년 레트로핏된 이후 좌석 개조가 되어 있지 않아 다소 세월의 흔적이 보입니다.

좌석에는 옷걸이 2개

어매니티 킷

그리고 '스위스 퍼스트' 브랜딩이 되어 있는 슬리퍼가 놓여 있었습니다.

기종인증

타이항공의 B77W가 옆에 주기되어 있네요!

항공기는 푸쉬백을 시작하며 안전 비디오가 상영됩니다.

짧은 택싱을 끝내고, 항공기는 활주로에 진입하여

취리히 국제공항을 이륙합니다!

날씨가 다소 우중충하지만, 아름다운 스위스를 뒤로 하고 이륙합니다.

방금 전 라운지에서 식사를 하고 온 상황이라, 우선 잠깐 수면을 취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승무원분께 식사를 나중에 하고 지금은 잠깐 자겠다고 말씀드리니, 파자마를 주시며 갈아입고 오는 사이 침대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파자마를 갈아입고 오니 턴 다운 서비스가 되어, 침대가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프라이버시 패널을 펼친 상태. 프라이버시가 약간 더 보장됩니다.

루프트한자 그룹 항공사들의 일등석에는 푹신푹신한 매트리스 패드가 제공되는데, 역시 이 매트리스 패드는 일등석의 상징이죠. 일반 좌석에 눕는것과 비교해 정말 편안한 수면 경험을 제공합니다.

프라이버시가 다소 보장되지는 않지만, 2미터가 넘는 침대, 푹신한 매트리스 패드 그리고 부드러운 이불까지. 심지어 전에 술까지 들어갔으니 잠이 안 올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대로 2시간을 잘 수 있었습니다.

2시간정도 자고 일어났을까, 다른 승객분들의 식사 서비스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 깰 수 있었습니다. 자는 사이에 승무원분께서 와이파이 바우처를 놓고 가신 모양이더군요. 이때까지만 해도 일등석 승객에게는 충격과 공포의 (!!) 50mb 와이파이 바우처가 제공되었습니다. 뭐 카톡 몇개 보내고 웹서핑을 잠깐 하다 보면 데이터가 다 소진되었지요. 다행히도 현재는 일등석 승객에게는 비행 전체, 데이터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와이파이 바우처가 제공됩니다.

현재 항공기는 루마니아 상공에 있고,

깨자마자 승무원 분께서 오셔서 식사를 하시겠냐고 하셔서, 그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첫 번째 코스로,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의 시그니쳐 메뉴, 발릭 연어 (Balik Salmon)이 제공됩니다.

이 발릭 연어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연어라고도 불리는데, 주로 비행기 일등석에서 캐비어가 제공되는것에 반해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에서 캐비어 대신 제공되는 별미입니다. 친구 말로는 캐비어보다 이게 더 맛있다는데, 저는 사실 캐비어가 더 맛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비싼 연어 아니랄까봐 진짜 이 연어 필레를 먹을때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연어라고 생각이 들긴 합니다. 특히 사워크림에 찍어 블리니와 함께 먹으면요. 오른쪽에는 애피타이저인 송어 및 송어 무스, 오이 그리고 허브 크림 요리입니다.

 

훈제 생선 요리가 두 개나 나오는 것이 의아했지만, 역시 먹다보니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번 식사와 함께할 LPGS (로랑 페리어 - 그랑 시에클) 샴페인입니다. 루프트한자 일등석에서도 제공되는 샴페인인데, 사실 이 샴페인은 영국항공 일등석 (그리고 일등석 라운지) 의 시그니쳐와도 같은 샴페인이었으나, 얼마 전 계약이 만료됨에 따라 현재 영국항공 일등석에는 다른 샴페인이 제공됩니다.

역시 비싼 샴페인 아니랄까봐, 정말 맛있습니다. 논 빈티지 샴페인의 여왕과도 같은 샴페인이죠.

그리고 버터도 제공됩니다.

역시 스위스 항공사답게, 아름다운 목재 소금 그리고 후추통을 제공합니다.

비행중

오늘의 메뉴

위에서 설명했듯이, 이 좌석은 프라이버시 도어가 없는 대신 펼칠 수 있는 프라이버시 흡음판이 있습니다.

이 판넬을 펼치면, 시야가 다소 가려지며 다른 승객들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는데, 물론 승무원이나 서 있는 다른 승객들의 시선을 피할수는 없지만 조금이나마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구조물입니다.

다음 코스로는,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의 또 다른 시그니쳐 요리인 '말린 고기 요리' 가 나왔습니다.

루체른 지역의 말린 고기 요리.

사실 되게 짜면서 처음 맛보면 이게 뭐지? 하는 말린 고기인데, 은근히 또 중독성이 있습니다.

다음 코스는 샐러드 입니다.

다양한 재료를 곁들인 아스파라거스 샐러드 입니다.

사과 식초를 곁들여 다소 상큼한 샐러드였습니다.

다른 승객분들은 식사를 모두 마칠 참이라, 조명이 조금씩 소등됩니다.

다음 코스인 수프, 가즈파쵸입니다.

처음에 무슨 '가즈파쵸' 라고 불리는 수프라길래 한 입 맛보았더니, 수프가 차가운 겁니다 (..!)

기내 와이파이를 이용해 검색해 봤더니, 원래부터 차갑게 해서 먹는, 우리나라의 '냉국' 느낌의 스페인식 토마토 수프라고 합니다. 살짝 달짝지근해 한국식 토마토 주스 맛도 났는데, 프레젠테이션도 멋지고 맛도 상당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탑승 시기가 여름이었으니, 아마 계절에 맞게 차가운 수프를 준게 아닐까 싶습니다.

메인 코스를 받기 전, 승무원분의 추천에 따라 화이트 와인 한 잔을 받아봅니다.

메인 코스: 홍합살을 곁들인 대구 요리

생각해 보니 이번 비행은 생선으로 시작해서 생선을 끝내는군요.

그래도 개인적으로 제대로 준비된 대구 요리는 스테이크랑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맛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필레, 홍합살, 으깬 감자 그리고 카라멜화된 치커리 요리.

 

아주 대단한 요리였습니다.

우선 저는 홍합 자체를 (홍합탕에 들어간것도 안먹을 정도로) 그 비린 맛 때문에 매우 싫어합니다. 그런 저도 홍합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하나도 홍합이 비리지 않다는 점에서 너무 놀랐고,

해산물 그리고 크림으로 낸 소스, 풍부한 맛의 카라멜화된 치커리, 그리고 아주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대구살의 요리가 저를 매우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역시 유명 쉐프가 디자인한 요리라서 그런지, 프레젠테이션도 너무 완벽하게 나왔고요. 정말 이걸 보면 루프트한자 따위 (기내식을 놓고 봤을때) 와 비교가 안된다는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스위스 국제항공이 루프트한자 그룹의 프리미엄 지위가 맞나봅니다.

메인 코스를 마치고, 치즈 보드를 받았습니다.

치즈 보드와는 헝가리산 스위트 와인 (토카이 와인) 과 함께 맛봐야죠. 평소에도 많이 좋아하는 와인인데, 기내에 실렸다고 하니 계속 마셨습니다.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의 세 번째 시그니쳐 요리: 아름다운 치즈 플레이트 입니다.

 

스위스 하면 치즈, 치즈 하면 스위스. 역시 스위스 국제항공이 자문화를 잘 이용하여 브랜딩을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요소입니다. 특히나 스위트 와인과 함께라면 더 좋죠.

 

치즈 안좋아하시는 분들도,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의 치즈 플레이트는 꼭 드셔봐야 합니다. 물론 제 친구는 이거보다 신라면이 백배는 더 맛있다고 하긴 했습니다만..

마지막으로 디저트: 살구 케이크 그리고 샤베트

워낙 새콤달콤한 것을 좋아하는지라, 살구의 새콤달콤함과 샤베트의 시원함이 너무 잘 어울리는 디저트였습니다.

디저트를 순삭하자, 승무원분께서 '혹시 다른 디저트도 먹어볼래~' 해서 받은 두 번째 디저트입니다. 저 스위트 와인은 하도 달라고 하니 아예 그냥 병째로 놓고 가셨네요;;

두 번째 디저트인 초콜릿 타르트입니다. 이것 역시 유명 쉐프가 디자인한 디저트인데, 프레젠테이션이나 맛이나 정말 동의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아까 전 라운지에서 맛본 깊은 맛의 초콜릿 디저트와 비슷했네요. 이걸 먹고 도저히 배가 너무 불러 물 한잔도 못마시는 상태였습니다만, 라운지에서나, 기내에서나 너무나도 만족스러운 식사 경험이었습니다.

창 밖으로는 해가 지고 있고,

정말 아껴쓰고 아껴썼지만 데이터가 다 소진되어, 승무원분께 죄송하지만 와이파이 바우처를 한개 더 받을 수 없냐고 말씀드리자, 흔쾌히 한개 더 가져다 주셨습니다.

중동 지역에 슬슬 접근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다니 정말 멋집니다.

승무원 분께서 마지막으로 초콜릿 5개를 가져 주셨습니다만, 아쉽게도 2개밖에 먹지 못했습니다. 

 

갤리에 잠깐 나가서 승무원분과 대화를 나눠봤는데, 역시 30년 이상 근무하신 베테랑 분이시더군요. 747, MD-11 모두 타보신 분이고, 서울도 몇번이나 가보신 분이라고 합니다. 과연 스위스 국제항공이 서울은 언제 복항할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만, 결국 2024년 5월부로 스위스 국제항공은 서울에 복항하게 되었습니다. 이분께서 과연 승무원으로 서울을 다시 가볼 기회가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착륙 전까지 잠깐 더 누워있기로 하고

좌석 사진 한번 더

항공기는 두바이에 접근하고, 착륙을 준비합니다. 화장실에 가 평상복으로 다시 갈아입고 왔습니다.

두바이 국제공항에 착륙합니다!

놀랍게도 제트브릿지 밖에 제 이름을 들고 누군가 서 계셨습니다. 역시 일등석 승객들에게 제공되는 에스코트 서비스 직원이셨습니다..! 물론 두바이 국제공항 입국심사가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니라 시간 단축이 많이 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누군가 도와준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짐을 찾고 호텔로 이동합니다.

 

2년만에 다시 타본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

너무 좋았습니다.

 

정말 이 라운지, 발릭 연어, 치즈 보드, 그리고 목가적인 알파인 인테리어의 좌석까지. 코로나 시절에 너무 그리웠는데, 다시 경험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뻤습니다. 항상 스위스 국제항공 일등석 리뷰 끝에 언급하는 멘트인 "루프트한자 일등석보다 기내 서비스가 우수했고, 역시 스위스 국제항공이 루프트한자 그룹의 프리미엄 포지션이 맞다" 라는 것도 재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라운지도 변한 것 하나 없이 (미슐랭 스타를 받아도 될만큼) 너무 우수한 5코스 테이스팅 메뉴 그대로, 최상급의 지상 서비스, 그리고 승무원 서비스도 그대로 너무 친절하셔서 좋았습니다. 

 

다만 A330이 스위스 국제항공 장거리 기단 중 가장 낙후된 인테리어를 가지고 있는 기단인 만큼, 아무래도 좌석 자체, 그리고 연식은 피할 수 없어 보였습니다. 물론 정말 넓고 편안한 좌석은 맞지만, 아무래도 B777-300ERA340-300을 먼저 타본만큼 다소 비교되는건 어쩔 수 없네요. 앞으로 스위스 국제항공이 A330을 신형 인테리어로 업데이트할 계획이라 하니 (그러면서 일등석은 3석으로 줄죠..) 그때까지 기대해 볼만 하겠습니다.

 

이번 탑승 약 1년 후 뉴욕 JFK발 제네바행 노선에서 스위스 국제항공 A330 일등석을 한번 더 타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후기도 (언젠가)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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