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항공기 탑승에 있어서 잠깐의 휴식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작은 좋았지만, 2020년 초에 터진 COVID-19 시국 때문에 계속 한국에만 있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올 초 잠깐 탑승할 수 있었던 일부 국제선 비행, 그리고 여러 번 탑승했던 국내선 비행들을 통해 비행기과의 인연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Overview
2020년에는 24편의 국제선과 20편의 국내선으로 이루어진 44편의 항공편에 탑승했으며, 70,525 마일, 혹은 지구를 2.8바퀴 돌았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174시간 25분을 보냈으며, 이는 7.3일, 혹은 1주일과 동일합니다.
탑승 클래스로 보면, 국제선 (진짜, 3-cabin) 일등석 9편, 국내선 (2-cabin) 일등석 1편, 비즈니스석 19편, 이코노미+ 2편 그리고 일반석 13편에 탑승하였습니다. 41편의 항공편은 창가 좌석에, 1편의 항공편은 복도 좌석에, 그리고 2편의 항공편은 중간 좌석에 탑승하였으며, 총 12개국을 방문하였습니다. 공항 방문으로 봤을 때는 아시아에서 58번, 유럽에서 20번, 북미에서 8번, 남미에서 2번, 공항을 방문하였습니다.
2020년에는 에어버스 A321 항공기를 8번으로 가장 많이 이용했으며, 차례로 에어버스 A330, 보잉 777-300 (ER) 및 에어버스 A320 항공기를 4번 이용하였습니다. 가장 많이 이용한 항공사는 대한항공이고, 가장 많이 이용한 공항은 (서울 사람이 아닌데도) 서울 김포 국제공항입니다.
국제선 탑승 목록
- 대한항공 B747-8i ICN-HKG 일등석
- 카타르항공 B777-300ER CAN-DOH 비즈니스석
- 카타르항공 A380-800 DOH-FRA 일등석
- 루프트한자 A320-200 FRA-KBP 일반석
- 스위스 국제항공 A320 KBP-ZRH 비즈니스석
- 스위스 국제항공 B777-300ER ZRH-HKG 일등석
- 대한항공 B787-9 HKG-ICN 프레스티지석
- 아시아나항공 A321 ICN-PEK 비즈니스석
- 케세이 드래곤항공 A330-300 PEK-HKG 일등석
- 루프트한자 B747-8i HKG-FRA 일등석
- 루프트한자 A321 FRA-KBP 비즈니스석
- 루프트한자 A321 KBP-FRA 일반석
- 영국항공 A320 FRA-LHR 비즈니스석
- 영국항공 B747-400 LHR-ORD 일등석
- 아메리칸항공 B777-200ER JFK-GIG 비즈니스석
- 아메리칸항공 B777-200ER GIG-JFK 비즈니스석
- 루프트한자 A340-600 JFK-MUC 일등석
- 루프트한자 A320NEO MUC-ARN 비즈니스석
- 스위스 국제항공 A320 ARN-ZRH 비즈니스석
- 스위스 국제항공 A340-300 ZRH-HKG 일등석
- 에바항공 B777-300ER HKG-TPE-ICN 프리미엄 일반석
- 아시아나항공 A350-900 ICN-LAX 비즈니스석
- 아시아나항공 A350-900 LAX-ICN 비즈니스석
기억에 남았던 비행들 TOP 10
1. 스위스 국제항공 A340-300 일등석
일단 A340-300을 탄다는 것 자체가 매우 레어한 일인데, 현재 전 세계에서 A340-300에 일등석을 설치한 항공사는 스위스 국제항공밖에 없습니다. 스위스 국제항공의 일등석 자체도 타사 마일리지로 발권이 불가능해서 타보기가 매우 레어한 프로덕트 중 하나이기도 해서, 유상발권이었지만 이 비행을 타봤다는 것 자체가 매우 행운이었습니다.
화장실을 갖춘 개인 침실이 있는 취리히 국제공항의 일등석 라운지에서 와인 페어링을 포함한 5코스 테이스팅 메뉴를 즐기다가, 창문 4개를 차지하는 32인치 대형 모니터를 갖춘 알파인 인테리어의 넓은 일등석 좌석에 앉아 스위스 전통식을 즐기고, 잘 때가 되면 승무원 분께서 푹신푹신한 매트리스 패드 위에서 자는 잠.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역시 스위스항공 아니랄까봐 프리미엄 유제품 그리고 스위스 치즈와 함께하는 아침 식사도 일품이었고요. 특히, 이 비행에서 승무원분과 함께 무려 1시간 반 (!!) 동안이나 대화를 나누었는데, 저처럼 항공을 사랑하시는 분이라 말이 너무 잘 통해서 좋았습니다.
2. 케세이 드래곤항공 A330-300 일등석
이 항공편을 탈 당시 베이징 - 홍콩간은 케세이퍼시픽 그리고 케세이드래곤이 모두 일등석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케세이 드래곤항공의 A330 일등석 좌석은 사실상 케세이퍼시픽의 비즈니스 좌석과 동일하지만 운임은 똑같아 이걸 끊으면서 돈이 좀 매우 아깝긴 했는데, 결국 매우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케세이 드래곤항공은 현재 도산했기 때문이죠. 도산하기 전에 이 항공사의 일등석을 탔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좌석은 비록 그냥 비즈니스 좌석 정도였지만, 기내에서 맛본 식사 그리고 승무원께 받은 서비스는 CX만큼이나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기내식 메인 코스로 받은 홍콩식 clay pot rice는 역대급으로 너무 맛있어서 기억에 남네요!
3. 영국항공 B747-400 일등석
보잉 747의 노즈에 탑승하는 것은 매우 설레고 행복한 일입니다. 그것이 영국항공일지라도 말이죠. 영국항공의 보잉 747-400의 일등석 좌석은 매우 좁고 승객 간 프라이버시도 거의 보장되지 않는 편이지만, 정말정말 미래지향적인 멋진 인테리어와 취향저격 좌석 디자인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영국항공의 업그레이드된 기내식 서비스로 고퀄 식사 및 2단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이 비행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COVID-19의 영향으로 영국항공은 모든 747-400을 퇴역했기 때문이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보낸 영국항공의 744와의 시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4. 루프트한자 A340-600 일등석
루프트한자의 일등석은 세상에서 가장 한결같은 (consistent) 일등석 프로덕트입니다. 짧은 대서양 횡단 비행을 타던, 홍콩 노선을 타던 항상 국자로 퍼주는 캐비어, 넓고 편안한 좌석, 정말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빨간 장미를 만나볼 수 있으니까요. 이번 비행도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A340-600의 일등석을 탔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루프트한자의 A340-600은 현재 모두 비행기 무덤에 가 있으며, 갑자기 항공 수요가 급격하게 상승하지 않는 이상 퇴역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난번에도 A340-600의 일등석을 타본 적이 있었지만 정말 안타깝긴 마찬가지입니다. 지하 화장실과 정말 긴 동체가 인상적이었던 LH A346, 이제는 안녕.
(이 비행에서 먹었던 스테이크가 진짜 역대급이었습니다. 승무원 왈 비행 1시간 전 구워진 스테이크라고 하네요..)
5. 스위스 국제항공 B777-300ER 일등석
이 비행도 역시 말할게 없습니다. 스위스 국제항공의 일등석 = 스위스 quality & excellence 이기 때문이죠. 단지 기종이 A340-300에서 B777-300ER로 바뀌었을 뿐, 역대급인 라운지 경험, 넓은 좌석, 뛰어난 서비스 그리고 맛있는 스위스 음식, 치즈 및 유제품은 어디 가지 않습니다.
6. 루프트한자 B747-8i 일등석
세상에서 가장 한결같은 일등석이 보잉 747-8의 노즈에 있다면, 그것 역시 매우 즐거운 경험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비행도 별 다르지 않았습니다. 많은 양의 캐비어, 맛있었던 식사, 무료 와이파이 그리고 친절했던 승무원. 또한 좌석 1A에 앉는다는 것은 기내에서 조종사보다 앞에 앉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기 전, 사무장님께서 개인적으로 하고 가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Mr. Choi, thank you for flying Lufthansa! All the best for you in 2020!
7. 아시아나 A380 타임리프 비행 비즈니스 스위트
해외여행을 갈망하던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였던 아시아나 A380 한반도일주 타임리프 비행. 기내식도 맛보고 아시아나의 A380 일등석 (비즈니스 스위트) 를 1년만에 다시 타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본 강릉, 포항, 부산 그리고 제주 및 백록담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8. 대한항공 B747-8i 일등석
보잉 747-8의 노즈에 일등석을 설치한 항공사는 루프트한자와 대한항공이 있는데, (에어차이나의 747-8은 L1과 L2도어 사이에 일등석을 설치하였습니다) 어쩌다 보니 2020년에는 이 두 항공사 모두 보잉 747-8의 노즈에 앉아 갈수 있었습니다. 유상발권이라 체크인부터 라운지까지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었고, 라운지에서 갈비탕 한그릇 맛본 후 비행기에 탑승하여 단호박에 담긴 (!!) 중식 해산물 요리를 먹었습니다. 단호박에 담긴 해산물 요리라니... 꽤나 창의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기내식이 양이 조금 적을 수도 있다고, 승무원분께서 공기밥 1개의 추가를 권유하셨으나 1000마일을 내야하는 줄 알고 먹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배가 불러서..
역시 이러한 승무원분의 세심한 배려가 비행 하나하나를 추억 있게 만들어 주는 것 같으며, 공기밥을 통해 역시 KAL은 한국의 항공사임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
9. 카타르항공 A380 일등석
카타르항공 A380 일등석은 아파트먼트 좌석도, 기내 샤워도 없지만 엄청나게 블링블링한 기내 바가 있습니다!
승객의 입장으로서 솔직히 장거리 비행에는 EY나 EK A380 의 일등석을 당연히 선호하겠지만 중거리 비행까지는 QR A380도 충분히 좋은 것 같습니다. 야간 비행에 저 기내 바에서 친구와 함께 칵테일 한잔 마시고 자러 가면... 좋을 것 같네요 ㅋㅋ
기내식은... 솔직히 그냥그냥 ㅠ
10. 아시아나 A350 비즈니스석
평소같았으면 별다를 것이 없는 LA행 아시아나 비즈니스석 비행이지만...
이 비행은 COIVID-19이 유행한 후 탑승한 유일한 국제선이라 저에게는 특별한 비행입니다. COVID-19로 인해 기내 서비스가 최소화되어 기내식도 잘 안나올줄 알고 탔으나 웬걸, 일부 서비스를 제외하면 코로나19 시국 전의 서비스와 비슷한 기내 서비스가 제공되어 놀랐습니다.
좌석 자체는 스태거드형 좌석으로 그리 선호하지는 않는 형태의 좌석이지만, 탑승률이 적어서 그리 큰 상관은 없었고, 역시 아시아나는 기내식 맛집이기 때문에 맛있는 식사와 함께 LA 왕복 비행을 편안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위험한 시국인데도 최선을 다해 서비스에 임해주신 승무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A350은 샤크렛 맛집
번외 1: 대한항공 777-300 (Non-ER) 프레스티지석
평범한 프레스티지 슬리퍼 국내선 비행이지만 요새 특히 더욱 레어템이 되어 버린 B777-300A (Non-ER) 비행을 국내선에서 만나볼 수 있는것 만으로도 좋았습니다. 국내선을 타면 이 녀석 아니면 777-200ER을 탔는데, 코스모 슬리퍼 좌석을 타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번외 2: KTX/KTX-산천/SRT 특실
2020년 국내에 있으면서 KTX/KTX-산천/SRT를 (업무상/여행으로) 정말 정말 많이 탔는데요, 풀플랫도 아니고 스위트 도어도 없지만 정말 정감 있는 좌석입니다. 승무원분의 발차전호와 함께 출입문이 닫히고 들리는 안내방송 '고객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열차는 XX역까지 가는 고속열차입니다. 저희 승무원은, 고객께서 편안히 여행하실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멘트가 그렇게 설렐 수 없더군요.
여담으로 최애 이용 구간은 서대전-익산 (..) 및 대전-서울입니다. 친구왈 서대전에서 익산까지 KTX-산천 특실을 이용하는 bottle god는 너밖에 없다는.. (무궁화 선행대피 시키는 재미로 타는거죠 뭐..)
번외 3: 정선아리랑열차
대한민국의 가장 오지 로컬선인 정선선에 들어가는 유일한 여객열차, 정선아리랑열차. 아무도 내리지 않고 타지도 않는 정선선상 간이역들에 정차했을 때 잠깐 내려서 맛보는 바깥 공기는 참으로 상쾌한 매력이 있습니다. 청량리역을 출발하여 별어곡, 선평, 정선 및 나전역을 경유하여 아우라지역에 도착하는 정선아리랑열차는 고요한 간이역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분들께 제격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여행지 3개
1. 리우 데 자네이루, 브라질
2. 부산
3. 제주
2021년에는 COVID-19 시국이 안정화되어 다시 해외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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